![]() ▲지난 2012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오지석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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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인공호흡기가 빠져 중태에 빠졌던 중증장애인 오지석 씨(32세, 지체장애 1급)가 1일 새벽 2시 5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이에 장애인계는 오 씨의 죽음이 장애인활동지원 제도의 사각지대가 낳은 피해로 규정하고,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는 장례 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평소 인공호흡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했던 오 씨는 지난 4월 16일 420장애인대회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와 활동보조인이 늦은 5시 10분께 오 씨를 침대에 눕히고 퇴근한 뒤 호흡기가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호흡기의 이상을 느낀 오 씨가 늦은 5시 45분경 어머니와 누나에게 전화해 급히 119를 통해 중환자실로 후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 후, 오 씨는 뇌사상태에서 47일간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오 씨는 최중증장애인임에도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유로 특례적용에서 제외되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는 활동보조 시간은 한 달 118시간에 불과했으며, 서울시와 송파구로부터 각각 100시간과 60시간을 더 받아 총 278시간의 활동보조를 이용해 왔다.
이는 하루평균 9시간을 이용하는 수준이었고, 나머지 15시간은 어머니가 홀로 보조해야만 했다. 결국 오 씨는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어머니가 외출한 순간 이 같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오 씨의 사망 소식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한자연)는 2일 새벽 성명을 내고, 그의 죽음이 예견된 사고였다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한자연은 "2012년 10월 오 씨와 같은 호흡기 장애를 갖고 있던 故 허정석 씨의 사망사건 이후에도 여러 집회를 통해 정부를 질타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그때의 죽음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보장과 같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씨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장애인계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사각지대 피해자 故 오지석 동지 장례위원회'(아래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 ▲2일 저녁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故 오지석동지 촛불추모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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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늦은 7시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사각지대 피해자 故 오지석 동지 추모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추모발언에 나선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민 동료지원팀장은 "처음 지석이를 만났을 때가 2010년이었는데, 집에 있었음에도 병원에 입원한 환자처럼 누워만 있어야 했다"라면서 "그때에는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었지만, 자기만큼 힘든 장애를 갖고 살지만 열심히 사는 다른 장애인들을 접한 뒤, 용기를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얼마 전 송국현 동지가 죽었을 때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유감이라고만 하고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라면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더 죽어야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이 악질적인 제도를 뜯어고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황백남 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직 장애인들의 표심을 얻고자 한 것이었나"라며 "늙은 노모와 함께 산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받지 못하게 하는 이 제도를 반드시 뜯어고치자"라고 강조했다.
![]() ▲故 오지석 씨를 추모하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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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례위원회는 3일 늦은 3시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애인활동지원 사각지대 피해자 故 오지석 동지 추모제'를 열 예정이며, 같은 날 저녁 7시에는 '故 오지석 동지 추모 및 故 송국현 동지 49재'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故 오지석 씨의 장례는 5일 이른 10시 서울광장에서 장애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에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이 공동집행위원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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