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방한하는 가운데, 꽃동네 방문이 추진되고 있어 장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장애계는 “꽃동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거주시설로 수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격리된 채 살고 있다.”며 “교황이 가야 할 곳이 장애인을 격리하고 인간다운 삶을 억압하는 시설일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22일 주한교황청대사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의 꽃동네 방문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설립된 지 38년을 맞고 있는 꽃동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거주시설로, 음성과 가평에 위치한 두 곳의 꽃동네가 운영 중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꽃동네의 운영주체인 (재)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이사장인 오웅진 신부가 자신과 친인척, 수도자들의 명의로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약 13,223,140m2(400만 평). 두 곳의 꽃동네에 지원되고 있는 정부와 군·도비는 연간 380억여 원에 이르고 있다.

반면 꽃동네가 대규모시설로 구축되는 과정에서 오 신부는 2003년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업무상 횡령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지난해에도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교황의 방한 일정(8월14일~18일) 가운데 16일 꽃동네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장애계가 장애인거주시설 방문을 반대하며 일정 취소를 촉구하고 나선 것.

전장연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도자.”라며 “교황이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인간다운 삶을 억압하는 수용시설을 방문하는 것은 지금도 시설 밖으로 나오기를 열망하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사회의 막대한 자원과 공적인 자금은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위해 쓰여야 하며 꽃동네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 해체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꽃동네 방문을 지금이라도 취소하고 시설의 해체와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꽃동네에서 생활하다 탈시설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꽃동네에서 6년을 생활하다 탈시설한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배덕민 회장은 “나는 교황이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고, 많은 존경을 받는다.”며 “하지만 이런 교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회복지시설이자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적 인권이 존재하는 꽃동네에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꼬집했다.

이어 “인간은 개인마다 인권과 자유가 있지만, 꽃동네는 지역사회 복귀라는 탈시설화의 시대적 숙명을 역행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배 회장은 “하루하루 변해가는 사회에서 과거로 가고 있는 꽃동네에는 음성에만 3,000여 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살고 있다.”며 “최근 꽃동네에서 탈시설한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이 최소 8인~12인이 한방에 생활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바라보듯 장애인을 보고, 사생활 등 기본적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10년 전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내가 자립을 한다고 했을 때 꽃동네 관계자는 ‘정신 상담을 받아봐라’고 했다. 이런 곳이 꽃동네다.”라며 “나는 자립생활을 하며 거주할 아파트도 있고 배우자도 만났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환경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탈시설하고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과 꽃동네의 진실을 이해해 교황의 방문이 취소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16년 동안 꽃동네에서 생활했던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활동가 역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없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박 활동가는 “우리나라 최대 시설이라는 곳에서는 밥만 줄 뿐, 그 곳에서 생활하며 한글도 배우지 못했고 사회적 삶은 없었다.”며 “사회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립생활을 선택했다.”고 증언했다.

지역사회 자립과 탈시설, 무엇보다 인권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에서 여전히 ‘시설’의 굴레를 갖고 있는 꽃동네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됐다.

   
 

서울시탈시설공동행동 박홍구 공동대표는 “장액계와 정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장애인 정책의 중심을 자립생활에 두고 있다.”며 “교황의 방한이 꽃동네 방문과 같은 일정이 아닌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의지를 지지해주는 의미 있는 일정이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역시 “우리사회는 자립생활과 탈시설을 이야기 하고 있고, 장애계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등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방문만으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황이 ‘시설’인 꽃동네를 방문한다면 우리의 투쟁이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 없이 많은 장애인들의 외침으로 구축한 자립생활과 탈시설, 지역사회 삶이다. 이 가치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황이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한교황청대사관 관계자가 직접 나와 의견서 공문을 전달 받았으며, 이 관계자는 “(공문)전달하는 것이 임무다. 잘 전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