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 진에어가 공항에서 휠체어를 이용한 탑승객에게 서약서를 요구해 장애인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생 변재원(21세) 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55분(현지 시각)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인천광역시로 오는 진에어 항공 탑승수속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변 씨에 따르면 “탑승수속 중 현지 직원이 ‘목발을 짚고 계속 서 있으면 힘들지 않겠느냐’며 휠체어를 제공했고, 잠시 후 아무런 안내도 없이 서약서를 건네고 갔다.”고 전했다.

지체장애가 있어 평소 목발을 이용하는 변 씨는 항공사가 장애인 배려 차원에서 수속을 빨리 밟기 위한 절차로 서약서를 건넨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서약서에는 ‘항공기를 탈 때나 그 후 건강상태가 악화돼 진에어에 부수적인 지출이 발생하거나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칠 시 그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합니다’고 적혀있었다.

  ▲ 변재원 씨.  
▲ 변재원 씨.

이에 변 씨는 서약서의 정체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서약서는 노약자들이 비행기에 탑승 시 일괄적으로 서명을 하는 용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날 탑승한 60세 이상의 노인 승객 중 서약서에 서명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항공사 직원은 “자사의 항공기에 탑승할 때 휠체어 이용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서약서에 모두 서명을 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고향이 제주도이고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변 씨는 “그동안 비행기를 많이 타봤지만 이렇게 서약서를 요구받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면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목발을 짚으면 위험군이 아니라는 식의 발상과 마치 시한폭탄을 다루는 듯한 항공사의 행태에 모욕감이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단지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서약서에 서명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항공사별로 임신부이거나 신체 및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승객에게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곳이 있으나, 각 항공사마다 자체 규정이 다르고 문구 또한 애매모호해 승객에게는 혼란을 주기 쉽다.

변 씨는 “내가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항공사 측에서 당시의 일이 직원의 실수가 맞는지 업무 지침을 공개하고,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 사회의 장애인에게 그저 심심한 위로를 건네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조금이라도 더 보장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격려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변 씨는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으며, 진에어 측은 변 씨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진에어 관계자는 “몸이 불편하거나 심약해 항공사의 특별한 도움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승객의 경우 만약을 대비해 건강상태 확인 서약서를 받고 있다.”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약서를 요구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일은 현지에서 별도로 계약한 조업사 직원의 명백한 업무 실수로, 직원 재교육 등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