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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으로 가는 저상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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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6 14:44:25
우리집으로 가는 저상버스    활기찬 거리, 그 30~40분이 난 행복하다2012.09.05 22:07 입력 | 2012.09.07 20: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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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배덕민 씨.

마로니에공원 근처에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수업을 마치고 밤 10시쯤 대학로 정거장에서 저상버스 100번을 타고 집으로 간다. 버스를 타고 빠르면 25분, 보통 30분이면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집에 도착한다.

 

요즘에는 월계와 하계 사이에 저상버스가 있는 노선이 5개이다. 100번, 147번, 163번, 105번, 146번이다. 그래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부부는 100번 저상버스만 탄다. 아니 100번 저상버스밖에 탈 수가 없다. 왜냐면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이다. 지금도 행복하다고 느낀다. 우리가 2001년부터 이동권 투쟁을 하면서 줄곧 싸워왔고 그래서 겨우 저상버스가 돌아다닌다.

 

 

내가 야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저상버스 타고 등하교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왜냐면 매일 지하철 타고 엘리베이터 타고 리프트 타고 또 밖에 나와서 환승하고 집까지 이동하는 데 거의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날씨가 추울 때나 더울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 더 힘들었다. 창밖의 거리 풍경도 못 보고 지하만 보는 것도 답답했다. 저상버스가 도입되기 전,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밤늦게까지 놀고 밤 12시에 버스 타고 집에 가고 싶다고. 이제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늦게까지 일을 볼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해 마음이 편안한 편이다.

 

 

지하철은 막차시간뿐만 아니라 환승 코스를 미리 걱정하고 리프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시간까지 생각해야 한다. 장애인콜택시가 있어도 바로 잡히는 것이 아니고 길어지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탈 수 있다. 그리고 리프트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빙 돌아가야 한다. 1시간 걸릴 게 2시간가량 걸린다. 힘들고 짜증이 난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선택권이 없었을까. 우리는 장애인이니까? 이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2009년 여름, 집에 오는 길에 장애인 표시를 부착하고 돌아다니는 버스를 자주 봤다. 그래서 유심히 보았더니 '혜화' 하고 '하계' 표시가 붙어 있다. 그래서 무작정 혜화 마로니에공원 정류장에서 타봤다. 우리 아파트 앞에서 내릴 줄은 몰랐는데 우리 아파트 앞에서 딱 내렸다. 아 그때 그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별것도 아닌 대중교통인데 내가 왜 이렇게 행복할까. 한편으로 좋고 한편으론 속상했다. 왜 이 버스는 나만 탈까? 그만큼 정보가 없고 저상버스가 다니는 것도 모르는 장애인이 있다는 게 속상했다.

 

 

버스정류장에 전자 현황판이 없는 것도 많다. 전화를 이용하는 정보안내는 버튼을 누를 게 많아 불편하기 때문에 안 쓰는 장애인이 많다. 그리고 저상버스보다 일반버스가 너무 많다. 저상버스를 타려면 30분이나 1시간을 기다려야 탈 수 있다. 나의 작은 희망은 일반버스 1대 저상버스 1대 똑같이 시내에 돌아다니면 많은 장애인이 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활기찬 시내 거리, 날씨가 좋으면 파란 하늘도 볼 수 있고 비와 눈이 내리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이해가 안 가겠지만 그 짧은 30~40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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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내버스를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로 바꾸라며 버스정류장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노들야학 활동가들.

 

 

 

나의 버스에 대한 추억은 유년시절 가끔 병을 고치기 위해 아버지, 이모와 고속버스를 타고 가던 것, 그리고 이따금 어디 수련회 갈 때 몸만 버스에 타고 휠체어는 트럭에 싣고 가던 일밖에 없다. 요즘 난 거의 맨날 버스를 탄다. 처음에는 내가 버스 기다리는 줄 모르고 그냥 가는 버스, 아니면 나를 태우기 귀찮아서 그냥 가는 버스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얼굴만 봐도 세워준다. 버스 뒷문에서 리프트가 밑으로 내려오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버스에 못 탄다는 그런 고정관념 때문일까.

 

나는 당당히 탄다. 난 이 나라의 시민이고 사람이니까, 나도 당당히 버스 탈 권리가 있다. 그런데 저상버스가 없다. 이게 대한민국 현실인가. 시민들 의식이 변해서 저상버스 리프트가 내려오는 시간 1분, 버스에 타는 시간 20초, 넉넉잡아 2분 정도를 참을 수 있다. 그런 시민은 있는데 저상버스는 왜 부족한 걸까.

 

 

내가 타는 저상버스는 가는 코스가 하나밖에 없어서 거의 콩나물 버스다. 콩나물 버스라도 나는 행복하다. 저상버스 타고 집에 갈 수 있으니까. 저상버스에 나 말고도 많은 장애인이 타는 일이, 이 시대에 뭐가 어려운 일일까. 왜 저상버스는 안 만들까. 저상버스에 비장애인도 타는데 참으로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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